중국 블록버스터 의 영화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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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춘절 이후로 전면적으로 폐쇄됐던 중국 극장가가 거의 6개월만인 지난 7월 중순부터 부분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탓에 아직까지 관람객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서도 8월 21일 개봉된 영화 한편이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며 중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봉 10일 만에 19억 2800만 위안, 그러니까 한화로 3339억 원의 수익을 올린 이 주인공은 바로 관후 감독의 (八佰)이란 영화다. 기획에 10년, 제작비만 8천만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1937년 2차 상하이 사변 중 사행창고 전투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원래대로였다면 2019년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상하이 영화제에 출품됐다가 모종의 기술적(?) 사유로 상영 전날 전격적으로 취소되었고, 올 7월 초와 8월 초 두 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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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블록버스터 그러나 태생적 아이러니를 가진 영화 그 이유는 영화의 소재가 되는 사행창고 전투가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이 아니라 장제스의 국민당에 의해 치러졌고, 영화 중에 지금은 대만국기가 되는 청천백일만지홍기에 경례하고 수호하는 껄끄러운 장면들이 담겨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결국 13분을 삭제해 검열에 통과하고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 공개되며 새로운 중국 박스오피스의 신화를 세우고 있다. 오프닝 수익만으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진입한 이 영화는 현재 2억 4천만불의 을 제치고 3위에 올랐으며 더 높은 순위에 랭크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항일투쟁을 다뤘지만 미국과 무역 분쟁과 홍콩 민주화 상황을 맞고 있는 중국의 상황에서 다분히 정치적인 해석과 의도가 읽히는데, 1975년 대만에서 만들어졌던 같은 소재의 도 1971년 UN탈퇴 이후 제작됐다는 걸 비교해보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국민단합용으로 이 소재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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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명(이라고 과장하고 실제는 423명)의 군인이 사행창고를 두고 일본을 상대로 나흘 밤낮으로 격전을 벌여 저항했던 이 치열한 전투는 드라마틱한 상황과 다분히 영웅적인 성취를 갖고 있어 여러 차례 영상화 되었는데, 특이하게 이번엔 중국 본토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이 현 시국과 맞물리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노골적인 애국심 고취와 결사항전의 투쟁심을 고양시키는 선전물이면서 공산당이 아닌 국민당의 이야기를 꺼내며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영화의 태생적 아이러니는 현 중국이 닥친 상황을 극명하게 대변하는 동시에 엔터테인먼트로 역사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듯싶다. 이런 지점은 영화의 만듦새에서도 드러나는데, 전 세계 3번째이자(와 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전편이 아이맥스로 촬영된 상업영화이며, 할리우드 시각효과 전문가 팀 크로스비를 캐스팅하고, 중국 작곡가가 아닌 할리우드 기반에서 활동하는 정상급의 영화음악가를 물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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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 사단을 부르다, 루퍼트 글렉슨 윌리엄스와 앤드류 코친스키 이 작업을 진행한 건 중국에서도 흔치않은 여성 영화음악 슈퍼바이저인 유페이(于飞)가 맡았다. 1985년생으로 영화명문인 북경영화학교에서 음악녹음 및 영화/TV 음악제작을 전공하고, 차이나 필름에서 음악편집을 담당하다 캐나다 유학 후 복귀해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녀는 2010년 에선 히사이시 조를, 2015년엔 게임음악으로 명성을 떨치는 제스퍼 키드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네이단 왕을 섭외해 각각 과 의 작곡을 맡기는 등 중국을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뮤지션들을 자국 영화에 소개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8년 음악 프로듀서로 에 참여해 음악 없는 5시간짜리 가편집본을 보며 와 의 음악을 가이드로 삼았고, 관후 감독이 맘에 들어 하자 결국 두 영화에 참여한 한스 짐머 휘하의 리모트 콘트롤 프로덕션 소속의 작곡가들과 접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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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테마를 담당한 루퍼트 글렉슨 윌리엄스는 영화음악가 해리 글렉슨 윌리엄스의 동생이자 아담 샌들러의 코미디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활동하다 최근 , 과 등의 대작 블록버스터 음악을 담당해 주가 상승 중인 작곡가이고, 나머지 전체 스코어를 담당한 앤드류 코친스키는 과 , 등에서 한스 짐머를 서포트하고 음악을 담당하며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시도 중인 신예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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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유페이가 보내준 중국 고유의 5음계(궁상각치우)와 7음계(5음에 변치와 변궁을 더한), 각종 민요와 오페라, 현대음악과 합창 그리고 항일 전쟁 중 유행하던 음악까지 참조해가며 스코어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코친스키는 2017년 리천 감독의 음악을 맡아 중국 영화에 데뷔한 바 있기에 이번 두 번째 중국행 행보가 전혀 생소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많은 영화음악을 레코딩했던 체코 국립 교향악단을 비롯해 200여명에 이르는 뮤지션들이 투입돼 블록버스터 사운드의 쾌감과 위용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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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하며 박진감 넘치는 짐머레스크(Zimmeresque)‘국뽕’ 사운드 와 에서 시작해 와 , 을 거쳐, 과 게임 에 이르기까지 한스 짐머가 직조해낸 특유의 스타일은 유독 시각화된 액션(전투) 시퀀스에서 탁월한 강점을 보이는데, 상승과 하강으로 긴장과 이완을 조율하는 현악 오스티나토를 바탕으로 강력한 드럼 퍼쿠션 비트와 다층적으로 두텁게 레이어를 쌓아가는 일렉트로니카에, 쉽고 직관적인 멜로디로 풀어낸 팝적인 접근은 관객들의 흥분과 쾌감을 자아내며 무아지경에 빠지게 만든다. 존 파웰과 해리 글렉슨 윌리엄스, 스티브 자블론스키와 라민 자와디, 헨리 잭맨과 론 발페에 이어 앤드류 코친스키에게까지 전수된 이 방식은 이번 에서도 유효하다. 가히 스펙터클의 음악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하이 사변의 자극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전장의 이미지들을 강렬하게 청각적으로 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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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공세를 퍼부어 전쟁을 풀 아이맥스로 담아낸 1인칭 시점 화면과 쑤저우허 건너 미국과 영국의 평화스러운 공공조계지 모습을 대비시켜 전쟁의 양면성과 분열된 두 세계 간극을 드러내는 영상만큼이나 코친스키의 음악도 속주감 넘치는 타악(일본 공격 시엔 일본 타악기를, 중국 공격 시엔 중국 타악기를 배치하는 등)이 강조된 액션 트랙과 암울한 시대적 공기를 담아낸 잿빛의 엠비언트 소리들로 이 상황을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다만 할리우드급 스케일이란 기능적인 측면에 기대 규모를 강조하기에 이라는 영화만의 고유한 정서나 역사적 의미, 색채감을 구현하는 데엔 실패하고 만다. 서양의 시각에서 재구성된 스테레오 타입의 오리엔탈 선율이 적은 편이어서 거부감은 없지만, 노골적으로 숭고함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코러스가 곁들어진 오버스코어링은 짐머 스타일의 한계이자 약점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이란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제작진의 의도와 맞아떨어지며 ‘국뽕’ 스코어로 효과적인 역할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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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보이의 변신, 안드레아 보첼리와 나잉의 주제가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주제가 ‘Remembering(苏州河)’은 ‘대니 보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 민요 ‘Londonderry Air’를 바탕으로 새로 써진 곡이다. 원래 민요는 사랑노래였으나 1913년 영국의 프레데릭 웨드리가 ‘대니 보이’라는 제목으로 출정하는 아들에게 어버이가 불러주는 가사를 붙여 유명해졌는데, 이번 영화 에서도 중국의 작사가 인여와 장청 등이 새롭게 가사를 작업했다. 유페이는 영화를 준비하며 실제 사행창고에서 한 군인이 하모니카로 연주한 영상기록을 봤고, 이 아름답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평화를 염원하며 전쟁영화를 종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 판단해서 이 곡을 골랐다. 더욱이 영화에서 싸우는 주력부대인 국민혁명군 제88사단이 손꼽히는 독일식 정예사단이었고, 당시 상하이가 영국과 미국, 독일 등 서구열강들이 머무르던 곳이어서 외국곡이 쓰여도 크게 무리 없을 거로 생각했다. 애초엔 여가수 나잉(那英)이 혼자 불러 차분하게 엔딩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으나, 희망을 주고 힘을 북돋기 위해 남자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걸 느껴 천상의 목소리로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맹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를 섭외해 지금의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다.

사운드트랙스 영화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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